[크리드] 오리지널 베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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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저녁이 막 내려앉은 강가였다. 햇빛은 이미 희미하게 바래 있었고, 물 위에는 매끈한 빛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둑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뿌리들이 흙을 뚫고 나온 채 서로 얽혀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손가락들 같기도 했고, 지층 깊숙이 박힌 기억의 끈 같기도 했다.

여인은 조용히 강가에 무릎을 꿇었다. 하루 종일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그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바람조차 숨을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그녀는 손끝으로 물을 더듬었다. 물은 의외로 따뜻했다. 손바닥을 스치는 순간, 비에 젖은 풀냄새와 함께 흙 속에서 배어 나온 듯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향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친숙했다.

강물은 마치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는 듯, 손가락 주위를 맴돌았다. 여인은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땅 속 뿌리들이 그녀를 붙잡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뿌리들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그것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내면에 환영 같은 장면들이 스며들었다. 보지 못한 숲길이 눈앞에 펼쳐졌고, 바람은 젖은 나뭇잎 위를 스쳤다. 어릴 적 뛰놀던 마을의 강가가 겹쳐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그녀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땅이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장면들이 주는 안도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순간, 물살이 세게 출렁였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기울었고, 발밑의 흙은 부드럽게 무너졌다. 손목은 차갑지 않은 무언가에 감싸였다. 그것은 강물 속 뿌리였을까, 아니면 그녀의 기억 속에서 솟아난 환영이었을까.

두려움이 스쳤으나, 그것은 곧 잦아들었다. 뿌리에 매인 손목은 이상하게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전부터 예정된 만남처럼, 잃어버린 것을 돌려받는 순간 같았다. 그녀의 마음속에 숲의 냄새, 젖은 흙의 촉감,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물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잔물결 속에서 선명하던 윤곽은 부서지고, 흩어지고, 사라졌다. 강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여인은 어느새 그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강가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다만 흙 속의 뿌리들이 여전히 천천히 흔들리며 땅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귀환의 이야기일까, 혹은 회귀하지 못한 영혼의 잔향일까.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바람은 다시 불었고, 풀잎 사이로 젖은 흙내음이 퍼져나갔다.

브랜드: 크리드

이름: 오리지널 베티버

출시: 2004

탑: 베르가뭇, 진저, 만다린 오렌지

미들: 하이티안 베티버, 샌달우드, 아이리스

베이스: 머스크, 앰버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