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드]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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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은 비의 자취를 아직 품고 있었다. 낮게 깔린 풀잎마다 방울이 매달려, 바람이 스치면 은빛 물결처럼 흔들렸다. 젊은이는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멀리서 보면 홀로였지만, 초원은 그를 혼자가 아니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는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미세하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빗물이 스며든 흙은 발걸음을 받아들이며 묵직한 향을 내뿜었다. 그 향 속에는 레몬버베나의 선명한 빛이 번지고, 순간마다 페퍼민트의 차가운 바람이 폐를 스쳐 갔다. 공기는 아직 젖어 있었으나, 그 젖음은 불안이 아니라 정화였다.
길은 점점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언덕 위로 걸음을 옮길수록 세상은 흰 장막에 갇혔고, 그는 마치 어딘가로 인도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때, 발치에서 보랏빛 잎사귀 하나가 풀잎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 잎은 공기 중에서 잠시 머물다 그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순간, 잎은 물처럼 녹아 그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놀람과 함께 묘한 평안이 찾아왔다. 잎이 전한 기억은 그가 알지 못하는 풍경이었다. 빽빽한 숲길, 물안개가 낀 호수, 그 속에서 들려오는 새의 울음.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 그의 조상이 보았던 세계를, 지금 그가 이어받고 있는 듯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안개는 두꺼워지고, 바람은 매서운 페퍼민트의 날을 품어왔다. 그러나 곧 그 차가움은 따스한 나무 향으로 바뀌어 그의 어깨를 감쌌다. 두려움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했다. 초원은 그를 시험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초원은 더 이상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산이자 뿌리였다. 그 안에 숨겨진 길은 끝을 알 수 없었지만, 그 길 위에서 그는 더 이상 방랑자가 아니었다. 눈을 뜨자, 지평선은 안개 너머까지 이어졌고, 그 푸름은 한없이 겹겹이 쌓여 세상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이 초원은 그가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그가 속하는 곳이라는 것을.
브랜드: 크리드
이름: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출시: 1985
탑: 아이리스, 베르바인
미들: 바이올렛 리프
베이스: 앰버그리스, 샌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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